사라지는 건축, 이어지는 이야기
전시는 단순히 건축의 형식과 역사를 기록하는 데 그치지 않고, 공간이 사용되고 기억되며 공동체와 맺어온 관계까지 다루는 통사적 접근을 취한다. 건축은 지어진 순간만으로 완성되지 않고, 사람들의 경험과 기억을 거쳐서야 비로소 유의미한 생애를 갖기 때문이다.
힐튼서울의 철거 과정에서 포착된 풍경과 회수된 자재, 3D 스캔을 비롯한 디지털 기록 등 다양한 미디어를 활용한 작품들이 사라진 현장의 기억을 소환하며 전시의 첫 장이 시작된다. 이어 최초의 설계 도면부터 수 년간 변경·구체화된 계획, 관계자들 사이의 서신, 사진 기록과 현장 증언 등을 아카이브화하여 탄생에서 소멸까지의 전 과정을 다층적으로 기록한다.
이 과정에서 건축가와 시공자라는 전문적 주체뿐 아니라, 호텔을 운영하며 돌본 직원, 오랫동안 공간을 이용한 단골 손님 등 건축을 ‘사용하고 기억한 사람들’의 목소리가 함께 담긴다. 이렇듯 《힐튼서울 자서전》은 단순한 건축 해체의 기록이 아니라, 건축의 물리적 소멸을 넘어 공동체와 문화 속에서 지속되는 기억과 흔적을 탐구하는 전시다. 이를 통해 사라지는 건축을 애도하는 동시에, 그 잔여가 사회적 기억으로 전환되는 방식을 성찰한다.
한편, 전시에 앞서 진행된 총 6회의 사전포럼은 보존과 개발의 이분법을 넘어 현대 건축물의 또 다른 생애와 활용 가능성을 논의하는 장이었다. 이미 철거된 건축이 새로운 방식으로 소장되고 기억되는 사례를 참조하며, 힐튼서울 역시 또 다른 미래적 가능성 속에서 위치 지어진다. 참여자들의 집단 지성이 도출한 전시의 마지막 장은, 오늘날 더욱 빈번해질 건축물의 소멸과 보존을 어떻게 바라볼 것인지에 대한 중요한 질문을 던진다.